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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89.2%라는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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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8회 작성일 2024-05-01 1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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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를 발표했는데, 편의시설의 설치율은 89.2%, 적정설치율은 79.2%로 나타났다. 5년 전 조사에 비해 각각 9%, 4.4% 증가한 수치라고 하며, 장애인의 시설·건물 접근권이 나아진 것처럼 선전했다.

그런데 이 조사를 가만히 보면, 2023년 기준 전체건물 수 7,391,084개(출처: e-나라지표) 중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시설 190,991개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 여부를 조사한 것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전체건물 중 2.58%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2018년 편의시설 전수조사 때 전체건물 중 2.78%의 건물에 관해서만 조사한 것에 비하면 비중이 낮아진 것이다.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이 전체건물의 2.58%라 함은 나머지 건물 97.42%에 대해서는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이니, 장애인의 건물 접근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농후함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바닥면적 50㎡ 이상의 건물에까지 편의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고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했으나, 이것도 2022년 5월 2일 이후에 지은 건물들부터만 적용되는 터라, 그 이전 건물에는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니 실효성 없다고 2년 전에 필자가 말했었다.

그러니 여전히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법 개정 이후에도 편의점 등에서 스스로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하던지, 그걸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건축연도, 수용인원, 바닥면적 등에 상관없이 모든 건물에 접근성 기준을 적용해 설치하도록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라고 필자는 요구했었고, 그 요구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화답해 2·3차 권고로 나왔다. 물론 설치 시 성별, 장애 유형 등을 고려하라는 문구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권고가 나온 지 1년 7~8개월 정도 되었는데, 여전히 ‘장애인등편의법’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권리가 아닌 일종의 비용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를 이행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다 시각장애인 관련한 점자안내판 등과 여객시설, 도로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더군다나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의 정신적 장애인과 관련한 안내판이라든가, 감각통합실(Sensory Room) 등도 역시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BF 인증과 관련해 정신적 장애인 관련한 기준이 없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 보고서 표지. ⓒ보건복지부
만약 여객시설 등을 포함해 전체건물을 대상으로 편의시설 설치율을 조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약 10~15% 정도의 편의시설 설치율만 나오게 될 거란 예상이 든다. 물론 실제로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보건복지부가 얘기한 89.2%의 편의시설 설치율이란 전체건물의 2.58%에만 조사한 것이므로, 우리는 89.2%란 숫자에 속아선 안 됨을 다시금 밝혀 둔다. 89.2%는 장애인 시설·건물 접근권 차별의 현실을 감추기 위한 숫자로 보건복지부가 이용하고 있음을, 현실과 괴리가 큰 숫자임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 개선,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 확대 등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증진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란 복지부의 발언은 그저 허언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해 모든 건물에 접근성 기준을 적용,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한다면 그나마 믿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엔 이런 소식을 접했다. 성남시 소재 주차장 건물에 있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폭이 2.3m로 좁으니 ‘장애인등편의법’에 명시한 폭 3.3m에 맞게 그 구역을 넓혀달라고 한 장애인이 민원을 넣었단다. 그러나, 성남시의 담당 공무원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 전인 1997년에 사용 승인된 건물이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없애고 일반 주차구역으로 변경할 것을 계도했단다. 이에 주차장 건물 관리자는 이 구역을 일반주차구역으로 변경했다는 거다.

이 사례를 접한 국민권익위원회는 130여 대의 주차구역이 있는 해당 건물은 병원 진료 환자 등이 이용하니,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는 필요하며, 주차장 건물에 1개의 장애인주차구역 재설치 행정지도는 건물 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건 아니니 장애인등편의법에 명시한 규격에 맞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라고 성남시에 시정 권고를 내렸단다(출처: ‘장애인주차구역 규격에 맞춰 달라니 없애도록 계도한 공무원’, 에이블뉴스 4월 25일 기사).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보행상 장애인들이 탑승한 차량이 주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다. 이 주차구역은 보행상 장애인에게 필수시설이고 접근성 차원이며, 주차구역과 관련한 편의시설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별표1에 나온다. 별표1의 기준은 보행상 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접근성 최소기준(폭 3.3m 이상, 길이 5.0m 이상)으로 볼 수 있다.


한 장애인이 민원을 제기한 장애인주차구역과 ‘장애인등편의법’에 명시된 장애인주차구역 규격기준. ©국민권익위원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제2호에선 접근성 의무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접근성과 관련한 최소기준 수립 후 새롭게 들어가는 시설과 서비스의 경우, 이 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하고, 과도한 부담 기준 적용은 절대 불가다. 만약 접근성 최소기준 수립 전에 나온 시설과 서비스라면 이 기준에 따라 시설, 서비스 수정 시 시간이 걸리므로, 점진적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두 경우 전부 다 과도한 부담 기준 적용은 불가인 거다.

이 사례의 경우 한 장애인인 민원인은 별표1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접근성 최소기준대로 주차구역을 만들라는 것이고, 이 기준은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된 1998년 이후에 세워진 거다. 협약 관점에서 보면, 1997년에 생긴 해당 건물의 장애인주차구역은 약간의 시간을 두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별표1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장애인등편의법’ 이전에 설치된 장애인주차구역이므로, 이런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성남시 담당 공무원의 입장은 이 주차구역 설치를 과도한 부담으로 본 것임을 의심케 하는 것이고,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에도 잘 나온다. 그리고 접근성 의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협약의 관점에서 ‘과도한 부담’으로 보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남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 입장을 당연히 따르며 장애인의 시설·건물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는 거다.

여기서 성남시 담당 공무원이 보인 행위를 생각해보면, 그 공무원에겐 접근성에 대한 협약 관점의 훈련이 부족함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성남시의 모든 공무원에게 접근성, 합리적 변경에 대한 협약 관점의 훈련을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공무원이 이를 통해 배운 것을 정책 시 반영하고, 시민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체 장애인주차구역 확대 없이, 가족의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차량에 발급하는)  장애인주차구역의 주차표지 발급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복지부가 작년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장애인이 탑승하지만, 장애인주차구역 주차표지 없는 차량일 시 그 구역을 이용할 수 없거나, 장애인은 탑승하지 않았지만, 장애인의 그 가족이 주차표지를 발급받은 차량이면, 이들이 부당하게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문제점 등을 개선하지 않은 건 여전한 거다.

그래서 장애인주차구역 확대는 물론, 주차표지를 차량이 아닌 장애인에게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그 대책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렇기에 장애인의 시설·건물 접근권이 침해받게 되는 장애인주차구역의 현실인 거다. 주차표지를 장애인 개인에게 발급하고 전체 장애인주차구역을 확대하는 대책을 하루속히 실시하길 바라는 바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민권익위원회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월별 민원 추이. ©국민권익위원회
올해 3월까지 3년 동안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조사가 나왔다는 소식도 접했는데. 그 가운데는 장애인 화장실로 보이지만, 그곳을 물품 보관창고로 사용하는 등 목적 외 사용이 빈번하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시설주의 장애인식이 낮다는 걸 여전히 보여주는 거다.

만약 장애인 화장실이 BF인증을 받은 건물이라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위한 심사·심의업무만큼 사후관리도 해야 하지만, BF인증 수수료가 사후관리 비용까지 충당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인증기관 자체적으로 사후관리 예산 준비 및 관련 인력 늘리기를 해야 하는데, 심사·심의 업무를 하며, 사후관리 대상은 늘어나니, 인증수수료로만 사후관리 인력을 늘리려 한다면,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정까지 되어, 제대로 된 사후관리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심사·심의 비용만이 아니라 사후관리비용까지 충당하도록 인증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인증기관에서 요구했지만, 이와 관련된 규칙은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BF인증 수수료 인상은 물론 시설주에게 BF 인증 교육 및 장애인권리협약 관점이 담긴 장애인식교육을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훈련 수준으로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부족하기에, 2년 전에도 서울의 한 시설의 BF인증 받은 화장실이 물품 창고로 쓰이는 사례가 언론에 나오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장애인은 시설·건물 접근권에서 차별을 받는 현실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89,2%라는 숫자로 정부에선 이 현실을 감추며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만적인 현실에 오늘도 몸소 맞서 싸우는 장애인들이 있다. 나도 이들의 움직임에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달’이지만 우리에겐 장애인 차별 철폐의 달로 여겨지는 4월도 그렇게 지나갔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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