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흑염소 없는 거, 보러가요’에 담긴 ‘다대다 돌봄 지역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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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0회 작성일 2024-03-04 19:37:06본문
책 ‘흑염소 없는 거, 보러가요(이광구, 김은회 지음)’ 저자 중 한사람인 이광구 씨는 서울법대 82학번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으며 2번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강원도 강화도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주도해서 만든 공동체 ‘농업회사법인 강화 밝은 마을’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장애인운동에서 사회운동의 목표를 찾고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친근한 선생님이면서 때로는 다정한 친구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진솔한 글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 “흑염소 없는 거, 보러가요”는 저자가 활동지원사로 활동을 지원했던 성인 발달장애인이 한 말입니다. 성인발달장애인과 함께 항상 가던 농장에 흑염소가 있었습니다. 매일 농장에 가서 흑염소를 보던 발달장애인은 어느 날 흑염소가 없어진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흑염소를 팔았다고 최대한 5살 인지수준의 발달장애인에게 맞게, 쉽게 설명을 했습니다. 흑염소가 더 이상 없다고 계속 설명했는데 그래도 계속 농장에 가겠다고 우겼습니다. 그때 한 말 “흑염소 없는 거, 보러가요”가 책 제목이 되었습니다. 흑염소 그림은 백혜옥 화가가 그렸습니다.
저자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함께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발달장애인이 빨대를 한 주먹 가지고 나와서 다시는 여기 데려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습니다. 혼자 화장실에 보냈더니 바지를 내리고 그대로 화장실 밖으로 나와서 신고를 당해서 경찰서에 가서 함께 조사를 받기도 합니다.
그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신고를 당해 경찰서에 오는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곧 훈방조치 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항상 평화롭지만은 않습니다.
초등학생들이나 중학생들이 공부하는 공부방에 데리고 갔다가 아이들이 무섭다고 전부 피하거나 시끄럽고 공부나 토론에 방해만 된다고 그 다음날은 모두 나오지 않는 일도 경험합니다. 그럴 때 저자는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활동지원사인 저자는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칠 수 있고 피하고 싶으면 피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들이 제발 자식 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다대다 돌봄이 이루어지는 지역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저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듯이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함께 일하고 놀고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지역공동체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해온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는 장애인과 지원사가 1대1 돌봄을 하는 것이라 활동지원사도 장애인도 지치고 재미가 없어서 일대일 돌봄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보는 다대다 돌봄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인들과 어린이들 노인들이 함께 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놀면서 함께 돌보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성인이 되었지만 일할 직장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발달장애인들을 모아서 악기를 가르치고 사진찍기와 영화 만들기, 그림을 가르쳤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추억이 될 만한 발표회를 열어서 그림 전시도 하고 악기 연주회도 하고 영화도 상영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악기 연주를 하고 영화를 찍고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강원도 강화도에서 발달장애인들의 활동지원사로 5년을 함께 놀고 일하고 연주하고 영화 찍고 그림 그리면서 지역공동체 안에서 함께 돌보며 성장해 온 저자를 응원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다대다 돌봄 지역공동체가 강화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확산 되어 경계를 허물어서 대도시에도 더 많아지고 활성화되어서 발달장애인들이 평범한 이웃으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님들께 이 책을 읽어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공감되시는 부문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아 공감되는 저자의 서문 일부를 남깁니다.
“사회적농업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어울리면 장애인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익숙해지는 효과도 있고, 어려움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부모와 도우미들의 고통과 헌신을 지역사회가 나눠 부담하게 된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장애인 문제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불행해지는 사람이 적어질 것이다. 누구나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즐겁게 사는 사회가 돼야 한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