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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역사 내 교통약자 내비게이션 간담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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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023-12-12 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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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오전 10시 수원역 부근의 로보텔 엠배서더호텔에서 도시철도 역사 내 교통약자 내비게이션 간담회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지원으로 2년 간이나 개발한 결과물이 너무나 궁금해 간담회에 직접 참가 신청했다.

이 연구과제는 한국철도공사가 총괄 책임 연구자이고, 고려대학교(자기장 측위기술 개발)와 티에이나인(앱 설계)이 공동참여한 연구과제였으며, 교통약자를 위한 실내 내비게이션 개발의 고도화 연구로서, 상용화를 위한 과제이다.

신청을 하고 나니 참석에 관한 안내 문자가 자주 왔다. 일시와 장소에 대한 안내였다. 장애인이 참석하는 데 불편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행사 당일 아침에도 진짜 참석하는지에 대한 확인 전화가 여러 통 왔다.

필자는 수원역 바로 옆이라 기차를 이용하면 찾아가기가 쉽겠지만, 집에서 출발하여 도착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두 시간이나 걸려서 40분이면 도착하는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비는 몇 만원이 나오겠지만, 참석 수당도 20만원을 준다고 하니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택시 안에서 왜 경기도는 바우처 택시가 없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간담회 시작 시간인 10시가 되자, 약 30여 명의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장애인 당사자들이 체험해 보고 평가를 하면, 장애인들의 교통이용의 불편함과 현재 개발한 기능의 장점, 앞으로 추가 개발해서 완성해야 할 기대 등을 장애인들의 의견으로 추가적인 연구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아내기 위한 절차였다.

최성필 한국철도공사 연구책임은 이번에 개발한 실내 내비게이션은 장애인 유형별로 안내 방식을 달리하는 국내 유일한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국내 최초 기술이라고 소개하였는데, 최초라면 처음인데 고도화(업그레이드)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느냐, 고려대학교에서 다른 연구과제에 이미 개발한 적이 있지 않느냐, 이미 선행연구 논문에서도 이러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등의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해 세계 최초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유일이란 말도 맞지 않는다. 이미 장애인 편의시설 전문업체인 타사에서 장애인 유형을 구분하여 길을 안내하는 앱이 개발되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선정되어 연구비를 받으려면 특별한 가치를 부과해야 하고,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때에 부여한 의미를 부정할 수 없어 국내 유일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나는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더 좋은 앱만 만들어 준다면 그 정도의 공치사가 문제이겠는가!

이번에 개발된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오로지 스마트폰의 센서만을 이용하여 길 안내를 한다는 것이다. 즉 철도 역사 내에 어떤 장치도 추가로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 공사의 번거로움도 없고, 고장으로 인한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길 안내가 된다면 굳이 비콘과 같은 장치를 역사에 설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이 비콘을 활용하여 개발하는 것을 채택해 달라고 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편의증진법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와 비콘이 입체적인 정보를 줄 수 있고, 법적 의무설치 시설이 있음에도 그것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비콘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위치를 정확하게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워 오차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탁 트인 넓은 광장의 대합실 등에서는 현재 위치 파악을 가장 빨리하려면 필요한 장치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 이번 연구의 핵심 가치였다.

실내로 들어가면 GPS의 위치 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 실외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별도로 실내 내비게이션 개발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는 10여 가지의 정보를 취득하는 센서들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 모션 센스와 자기장 센서를 이용한다.

GPS 위치 정보는 오차가 50미터 정도 일어난다. 그래서 보행자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 트랙을 보정하기가 쉽다. 일정 시간마다 자동차의 현 위치를 재설정하면서 위치의 변화를 지도에 그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맵매칭이라고 한다.

수원역의 경우 맞이방 광장은 100미터 곱하기 100미터의 넓은 광장을 가지고 있다. 이 광장에서는 사람들은 동선이 길을 가듯이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통로는 가는 방향과 오는 방향 단 두 가지로 구분이 되지만, 광장은 360도로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니 지도에 그려주기가 어려운 것이다.

모션 센서는 다시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3차원가속도 센서는 우리가 걸음을 걸으면 몇 보를 걸었는지 체크해 주듯이 보통의 보폭을 감안하여 이동 거리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모션 센서는 방향을 알 수 있는 센서가 있으며, 폰이 기울어지거나 방향이 전환되는 것도 알 수 있다.

20보 정도의 이동 시마다 현 위치를 재설정하면서, 그 사이에는 이 센서들을 이용하여 가상 움직임을 부드럽게 지도에 그려주면 실내 내비게이션이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의 우수한 점은 사람이 걸어가면 진동이 있어 이동의 정도를 알 수 있는데, 휠체어의 경우 굴러가기 때문에 이동 거리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미세한 바퀴의 진동을 센서가 감지하여 이동거리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구자기장 센서를 이용한다. 지구는 자기장으로 싸여 있어 자기장 값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장은 아주 미세하고 등고선의 넓은 지역에서 위치마다 고유값을 정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미세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고정값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값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자기장은 엘리베이터 등과 같이 전기가 흐르는 곳과 가깝거나, 건축물 구조물에 의해 자기장값이 왜곡되는 경우, 이러한 방해로 인해 자기장값을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여겨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지역들을 오히려 그 지역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장의 지역 구간별 자기장값을 수집하고, 자기장값의 백터 변화, 즉 틀어짐을 딥런닝 인공지능 학습 루틴을 이용하여 특정 위치를 학습 시킨다.

그런데 앱의 체험을 하기 전에 설명을 들으니, 오늘은 데모 수준으로 이런 기능들이 있다는 정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상용화 연구인데, 결과물이 나올 시점에 체험 수준이 기능을 맛보는 정도라니 실망스러웠다. 아직 참석자 개인의 스마트폰에 앱을 탑재하여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스마트폰으로 체험을 한다는 것도 실망스러웠다. 준비된 앱은 제대로 작동되도록 조정을 해 둔 스마트폰으로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실용화, 제품을 위한 연구이지 연구를 위한 기초 연구가 아닌데, 현재 수준은 기술개발을 하는 정도이고, 수원역사에 자기장값을 설정하는 데에 1년 동안의 테스트와 데이터 가공이 있었다고 하니, 아무리 고도의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큰 비용이라 생각되었다. 매년 10억원에 가까운 지원금으로 오로지 수원역 하나 개발에 그친다면 비콘을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이 훨씬 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이 개발된 앱을 이용하려면 최소 앞으로 1년 이상의 연구를 거쳐 더 고도화를 해야 하고, 코레일톡앱에서 교통약자 버튼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했다.


회원 등록 화면. 회원 등록시에 장애 유형을 등록하였는데, 앱 이용시마다 다시 장애 유형을 선택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리고 공용 앱이 회원제로 운영해야 하는 것인지, 이메일을 제공하고 개인인증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서인환
보정하는 기술이 우수하여 오차는 70센티미터 정도라고 하여 자기장 측위 기술의 개발의 실적을 자랑하기에, 실제로 그런지 구체적 인증 데이터가 있는지 한 참여 연구원에게 살짝 물어보았더니 오차는 20미터 이상이라고 하였다.

점심 식사 장소는 호텔 1층이었는데, 외부가 아님에도 점심을 먹기 위해 식사 장소를 여러 번 물어 찾아가야 했고, 뷔페에서 도움이나 식탁에 대한 안내가 없어 혼자 앉아 몇 가지 간단한 음식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체험을 위한 집결지 안내도 없었다. 수원역사와 호텔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전화를 여러 번 걸어서 만날 수 있었다. 시작은 오후 1시로 정해져 있었으나 30분이나 지연되어 시작되었다.

연구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동행을 하면서 앱을 사용하지 않고 대합실에서 서울행 플랫폼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맞이방 역무실로 찾아오고, 다음에는 앱을 사용하여 같은 동선을 반복하여 이동시간의 절약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번 가 본 길이니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두 번째는 시간이 단축될 것은 뻔한 일이다. 앱을 이용하면 더 좋다, 장애인들은 길 안내가 필요한 존재들인데, 효과도 있으니 연구비를 더 달라는 자료를 만드는 세팅장이었다. 6번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곳 중 일부는 막혀 있었다. 열차가 도착하지 않는 시간은 막아 둔다는 것이다. 오늘의 행사 협조 요청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먼저 연구원이 소지한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폰을 8자를 여러 번 그렸다. 8자를 그리며 흔들어 주는 것은 센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앱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20보 정도 걸었다. 움직여 주어야 위치를 찾기가 쉬운데, 20보 정도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콘을 사용하지 않기에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여겼다.

앱에서 지도가 나타나고 나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그리고 목적지를 설정해 달라는 음성이 나왔다. 서울행 플랫폼이라고 음성으로 여러 번 말했으나, 소음이 많은 장소라 전혀 인식을 하지 못했다. 다수가 이용하는 넓은 공간에서 음성인식은 개발 데모에서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수원역은 백화점이나 호텔, 주차장, 도로 등 수많은 출구를 가지고 있다. 교통약자가 교통을 이용하려면 수원역사에 도착하자마자 도움이 필요한데, 비용이 많이 들어 입출구 안내는 아직 앱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설치와 운영비가 든다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음성인식이 실패하여 문자로 서울행 플랫폼이라고 입력하자, 화살표가 나타났다. 장애인 유형은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로 구분되어 있었고, 야간 모드와 같이 바탕화면을 반전시키는 메뉴가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계단, 에스컬레이터 등 경로에서의 이용 수단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화살표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화살표가 정반대의 위치로 안내를 하였다.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밖으로 나가라고 안내했다. 몇 번이나 에러가 없도록 수정을 해 놓았는데, 왜 갑자기 엉터리로 안내하는지 연구원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실외 내비게이션도 길 안내를 잘못하는 경우 나중에 다시 수정하여 안내를 해 주는 경우가 있어 플랫폼까지 그대로 계속 가 보았다. 하지만 실내 내비게이션은 끝까지 밖으로 돌아나가라고 안내했다.

이런 안내라면 차라리 없어져야 하는 앱이다. 기차를 타려고 앱을 믿고 안내를 받다가 기차를 놓치고 길도 잃어버릴 것이다. 안내를 해 준다면서 구렁텅이로 안내한다면 그것은 내비게이션이 아닌 장애인을 괴롭히는 악마인 것이다. 연구원이 오차가 20미터 이상이라고 하였는데, 이 정도면 몇 백 미터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내원은 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도우미를 앱에서 호출할 수 있고 서로 위치를 공유하여 빨리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고 자랑하였다. 만나기를 약속한 사람이 위치를 공유하여 만나는 앱은 이미 카카오 맵이나 티맵 등에서도 있고, 다른 앱들도 많이 있어 별로 장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플랫폼에서 역무실로 찾아가는 안내를 설정하고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스로 역무실을 찾아갔다. 내비게이션이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연구 대상이 되어버렸다. 장애인들은 역사에 미리 전화를 하여 안내를 받으면 굳이 역무실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항의할 일이 없다면 말이다.

연구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10페이지 정도의 설문지를 작성하면 일정이 끝나므로 귀가해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 행사 시작 시간에 행사장 입장할 때에는 명찰을 반납하지 않으면 수당을 주지 않겠다 했다. 점심 때에는 체험을 하지 않고 가면 수당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체험 후에는 설문지 작성을 하지 않으면 수당을 주지 않겠다고 안내를 받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 20만원에 하루를 구속당한 기분이 들었고, 돈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라는 무시당한 기분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설문지 작성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차를 불렀다. 그런데 철도공사 연구책임자가 “누가 가라고 했느냐, 못 갑니다.”라고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냥 4시까지 진행되니 좀 기다려 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 아니라 위압적으로 너는 돈 반으려면 지금은 못 간다라는 엄포였다. 나도 화가 나서 돈을 포기하면 가도 되느냐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중복 연구, 연구를 위한 연구, 장애인을 위한다면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가 부족한, 연구비 타 먹으면서 장애인을 파는 포장지만 예쁜 이런 연구작태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이 연구과제와는 별도로 LG U+에서 수주하여 KTX 역사 실내 내비게이션 설치 용역사업도 내년 4월이면 종료된다. 다양한 회사에서 나온 음성유도기와 자기장을 연동하여 설치하는 것인데, 이런 용역사업이 있다는 것은 이미 그런 기술을 구현할 업체나 기술개발이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용역업체는 그런 기술을 가진 업체가 아닌 새로이 출발하여 만들어 보겠다는 업체와 일을 하고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약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수십 억원의 예산 낭비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걱정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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