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록증인가, 복지카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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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025-07-10 14:35:52본문
장애인등록을 하면 주민센터에서 발급해 주는 것이 ‘장애인복지카드’이다. 장애인이 등록되었으니 발급해 주는 것이라면 ‘장애인등록증’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복지를 주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장애인연금처럼 현금을 주는 현금 서비스, 활동지원 서비스처럼 바우처 서비스를 주는 것이면 현물 서비스, 지하철 무임승차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면 감면 서비스. 이것들이 복지 서비스의 전부다.
장애인등록을 하면 아직 어떤 서비스를 주는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등록증이 아니라 복지카드를 준다. 복지카드가 있으니 복지를 달라고 하면 수급자냐, 중증이냐 등등 따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복지카드는 복지를 약속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장애인등록증인 셈이다.
복지카드로 할 수 있는 것은 지하철 무임승차다. 하지만 복지카드가 있다고 무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임교통카드가 있는 복지카드(무임 티머니 내장)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본형 복지카드는 단순한 장애인등록증임이 분명하다.
복지카드는 금융카드와 합하는 것은 단순히 기능을 합한 것에 불과하다. 교통카드나 하이패스 카드는 교통 복지의 기능을 넣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카드만 복지카드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교통복지카드’라고 구분해서 말하지도 않는다.
장애인고용을 증명하거나 각종 회의나 장애인 프로그램 참여시에 장애인이라는 것을 서류로 만들어 놓기 위해 복지카드 사본을 제출한다. 이런 행위는 복지카드로 복지 혜택을 보는 자격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장애인 신분이었음을 증명하는 서식의 서류인 것이다.
장애인복지카드에는 사진과 성명, 생년월일, 주소, 발급일, 발행기관 등이 기재되어 있다. 장애인등록은 복지부가 결정하지만 카드 발급은 지자체가 한다. 기재된 내용들은 신분증에 들어 있어야 하는 내용으로 장애인을 증명하는 신분증으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신분증이기에 조폐공사를 거쳐 발급된다. 그러므로 복지카드라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다. 복지카드라면 이 카드로 받을 수 있는 복지 자격 부여가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신체장애자수첩이 있고, 요육수첩, 발달장애인수첩이 구분되어 있다. 신체장애인수첩이나 발달장애인수첩은 장애인증명서로서 신분증인 셈이다. 요육수첩은 각종 치료교육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복지카드 성격). 발달장애인수첩이 별도로 구분되고 있는 것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의 수첩을 구분하여 더 많은 배려를 하기 위함이다.
일본의 경우 교통에서의 장애인 감면은 50% 할인이 되는데, 그동안은 장애인수첩을 제시하고 패스나 토큰(승차권)을 받거나 자동발매기에서 장애인 버튼을 누르고 할인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자동발매기의 경우 장애인수첩을 스캔하거나 제시하는 절차는 없다.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지자체별로 교통카드를 발매하면서 장애인교통카드를 만들어 이제는 수첩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중증장애인이면 누구든지 한 사람 동행하는 사람도 무임이 가능하다. 그냥 장애인카드를 두 번 체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보호자 교통카드가 별도로 발매된다. 심지어 지역에 따라서는 보호자는 누구의 보호자인지 카드에 기재되어 있다. 이 카드는 단 한 사람만 보호자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이 동행하면서 보호하면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보호자인지를 정하여 보호의 기능을 책임성으로 느끼게 하는 의미도 있다. 교통카드에 장애인은 ‘장’, 보호자는 개호인이란 의미로 ‘개’란 한자가 적혀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통카드에는 장애인은 ‘육’, 보호자는 ‘호’란 한자가 적혀 있다. 신체장애인의 보호자와 발달장애인의 보호의 역할이나 기능이 다르다는 의미다.
최근 디지털시대를 맞아 일본에서 마이넘버카드라는 디지털 주민등록증을 보급하면서 장애인증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디지털청에서 장애인 정보가 오류가 난다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일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옛날 공중전화 카드가 성행하던 시절, 일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카드 투입 방향을 구별하도록 카드를 손으로 잡는 부분 밑면의 좌측으로 홈을 파서 사용하였는데, 장애인교통카드 역시 홈을 파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외국에 가서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해도 한글로 되어 있어 아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영문으로 이름을 표기하거나 장애인이란 글 외에 마크를 넣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정부 측은 글을 추가할 공간이 부족하고, 외국에 나가는 장애인의 수가 많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영문을 병기 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영문으로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아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에 장애인들은 이용하는 사람의 수를 논하는 것은 인권적이지 않으며, 공간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으며, 공간이 없으면 장애인마크만 넣어도 되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혜택을 주느냐 마느냐는 각 나라의 사정이지만 뭐라도 제시하면서 혜택을 주장할 기회를 왜 한국 정부가 먼저 포기하느냐는 주장을 한다. 정부 측은 장애인복지카드는 한국과 일본만 사용하는 제도이므로, 영문 증명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치매인식카드를 이야기해 보자. 인지 장애 또는 치매 증상을 가진 사람이 외부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긴급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상태와 긴급 연락처를 알리는 카드이다. 이 카드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고 혼란스럽거나 불안할 수 있으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거나 같은 말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후면에서 증상을 설명해 준다. 이 카드는 영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발행한다. 정부는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업무를 위임하면 될 것을 굳이 직접 관리의 주체가 될 필요는 없다.
영국에서는 장애인등록증이 아니라 ‘장애인식별카드’라고 부른다. 장애인 마크와 사진, 생년월일, 그리고 바코드로 정부 사이트에서 상세 정보나 진위를 조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후면에는 ‘이 사람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지원을 제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을 적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긴급 화장실 이용카드도 있다는 것이다.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이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기 위한 카드이다. 카드에는 화장실 마크와 변기가 그려져 있다.
미국에서도 장애인식별카드라고 부른다. 우리의 장애인복지카드도 사실은 식별카드 기능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의 장애인식별카드에는 성명과 생일, 사진은 있지만 주소는 없다. 후면에는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지만 장애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접근성 지원에 배려와 도움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적고 있다. 장애인이 원할 경우 다양한 언어로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신분증이 아니라면 굳이 운전면허증처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모두 적을 필요가 없다. 복지카드를 신분증의 기능을 포기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자는 의견은 앞으로 논의해 볼 문제이기는 하다.
장애인등록을 한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식별카드나 서비스 이용카드를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지 등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다를 뿐이다. 정부에서 특정 기관에 서비스 이용 자격을 심사하여 표기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외국에는 등록제도가 없다면서 장애인의 접근성 배려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포기하도록 내버려 두는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